교육/고전문학

안조환 만언사 전문

데니즈T 2020. 2. 19. 12:32


안조환 만언사 전문



1
어와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보소
2인생 천지간에 그 아니 느껴온가
3평생을 다 살아도 다만지 백년이라
4하물며 백년이 반듯기 어려우니
5백구지과극이요 창해지일속이라
6역려 건곤에 지나가는 손이로다
7빌어온 인생이 꿈의 몸 가지고서
8남아의 하올 일을 역력히 다 하여도
9풀 끝에 이슬이라 오히려 덧없거든
10어와 내 일이야 광음을 헤어보니
11반생이 채 못되어 六六에 둘이 없네
12이왕 일 생각하고 즉금 일 헤아리니
13번복도 측량없다 승침도 하도할사
14남대되 그러한가 내 홀로 이러한가
15아무리 내 일이라 내 역시 내 몰라라
16장우단탄 절로 나니 도중상감 뿐이로다
 
17부모생아 하오실 제 제 죽은 나를 나으시니
18부귀공명 하려던지 절도고생 하려던지
19천명이 기압던지 선방으로 서험한지
20일주야 죽은 아해 홀연히 살아나네
21평생길흉 점복할 제 수부강녕 가졌으니
22귀양 갈 적 있었으며 이별순들 있었으랴
23빛난 채의 몸이러니 노래자를 효측하여
24부모앞에 어린 체로 시름 없이 자라더니
25어와 기박하다 나의 명도 기박하다
26십일세에 자모상에 호곡애통 혼절하니
27그때나 죽었더면 이때 고생 아니 보리
28한번 세상 두번 살아 인간행락 하려던지
29종천지통 슬픈 눈물 매봉가절 몇 번인고
30십년양육 외가은공 호의호식 그렸으랴
31잊은 일도 많다마는 봉공무하 함이로다
32어진 자당 들어오셔 임사지덕 가지시니
33맹모의 삼천지교 일마다 법이로다
 
34증모의 투저함은 날 믿어 아니시리
35설리에 읍죽함은 지성이 감천이요
36백이의 부마함은 효자의 할 바로다
37입신하여 양명함은 문호의 광채로다
38행세의 으뜸 일이 글 밖에 또 있난가
39동사고문 사서삼경 당음장편 송명사를
40세세히 숙독하고 자자이 외웠으니
41읽기도 하려니와 짓긴들 아니하랴
42삼월춘풍 화류시와 구추황국 단풍절에
43소인묵객 벗이되어 음풍영월 일삼을 제
44당시의 조격이요 송명시의 재치로다
45문여필이 한가지라 어느 것이 다를손가
46짓기도 하려니와 쓰긴들 아니하랴
47번화감제 부벽서와 사치공자 병풍서를
48왕우군의 보체런가 조맹부의 축체런가
 
49여러가지 잘하기로 일시재동 일컫더니
50오매구지 요조숙녀 전전반측 생각하니
51동방화촉 늦어간다 이십년에 유실이라
52유폐정정 법을 받아 삼종지의 알았으니
53내조에 어진 처는 성가할 징조로다
54유인유덕 우리 백부 구세동거 효측하여
55일가지내 한데 있어 감고우락 같이 하니
56의식분별 뉘 아던가 세간구처 내 몰래라
57입신양명 길을 찾아 권문귀댁 어디어디
58장군문하 막빈인가 승상부중 기실인가
59천금준마 환소첩은 소년 놀이 더욱 좋다
60자극맥상 번화성은 나도 잠간 하오리다
61이전 마음 전혀 잊고 호심광홍 절로 난다
62백마왕손 귀한 벗과 유협경박 다 따른다
63무릉장대 천진교도 명승지라 알려지다
 
64삼청운대 광통굔들 놀이처가 아니런가
65화조월석 빈 날 없이 주사청루 거닐 적에
66만준향료 진취하고 절대가인 침닉하여
67취대라군 고운 태도 청가묘무 회롱할 제
68풍류호사 괴 뉘신고 주중선군 부러하랴
69만사무심 잊었더니 일조홀연 양심 나네
70소년놀이 그만하자 부모근심 깊으시다
71맥상번화 자랑마라 구리화도 늦어간다
72옛마음 다시 나서 하던 공부 고쳐하여
73밤을 새워 낮을 이어 일시불철 하난고야
74부모봉양 하려던지 내 몸 위한 일이런지
75수삼년을 각고하니 무식지인 면하거다
 
76어와 바랐으랴 꿈결에나 바랐으랴
77어악원에 들어가서 금문옥계 문을 열어
78디미니 천하온 몸이 천문근처 바랐으리
79금의를 몸에 감고 옥식을 베고 있어
80부귀에 싸였으며 번화에 잠겼세라
81일진 겸대 삼사처는 궁임뿐이 아니로다
82복과재생이라 소심봉공 잘못하여
83삭관퇴거 하온 후에 칠일옥중 지내오니
84곱던 의복 무색하고 좋은 음식 맛이 없네
85망극천은 가이 없어 희극환비 눈물 난다
86어와 과분하다 천은도 과분하다
87궁임겸대 망극천은 생각사록 과분하다
88번화부귀 고쳐하고 금의 옥식 다시하여
89장안 도상 넓은 길로 비마경구 다닐 적에
90소비친척 강위친은 예로부터 일렀나니
91여기 가도 손을 잡고 저기 가도 반겨하니
92입신도 되다하고 양명도 하다하리
93만사여의 하였으니 막비천은 모를소냐
94충칙진명 알았으니 쇄신보국 하려던지
95졸부귀가 불상이라 곤마복중 되겠고야
96극성즉필패하고 흥진즉비래니라
97다 오르면 나려오고 가들하면 넘치나니
98호사가 다마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99인간작죄 많이 하여 화전중화 되었는지
100청천백일 맑은 날에 뇌성벽력 급히치니
101삼혼칠백 날아나서 천지인사 아올소냐
102여불승의 약한 몸에 이십오근 칼을 쓰고
103수쇄족쇄 하온 후에 사옥 중에 드단말가
104나의 죄를 헤아리니 여산여해 하겠고야
105아깝다 내 일이야 애닯다 내 일이야
106평생일심 원하기를 충효겸전 하잤더니
107한 번 일을 그릇하고 불충불효 다 되겠다
108회서자이 막급이라 뉘우친들 무상하리
109등잔불 치는 나비 저 죽을 줄 알았으면
110어디서 식록지신이 죄 짓자 하랴마는
111대액이 당전하니 눈조차 어둡고나
112마른 섶을 등에 지고 열화에 듐이로다
113재가 된들 뉘 탓이리 살 가망 없다마는
114일명을 꾸이오셔 해도에 보내시니
115어와 성은이야 가지록 망극하다
 
116강두에 배를 대어 부모친척 이별할 제
117슬픈 눈물 한숨소리 막막수운 머무는 듯
118손잡고 이른 말씀 좋이 가라 당부하니
119가슴이 막히거든 대답이 나올소냐
120여취여광하여 눈물도 하직이라
121강상에 배 떠나니 이별 시가 이 때로다
122산천이 근심하니 부자 이별 함이로다
123요도일성에 흐르는 배 살 같으니
124일대장강이 어느덧 가로 서라
125풍편에 우는 소리 긴 강을 건너 오네
126행인도 낙루하니 내 가슴 미어진다
127호부일성 엎더지니 애고 소리 뿐이로다
128규천고지 아모련들 아니 갈길 되올소냐
129범 같은 관차들은 수이 가자 재촉하니
130할 일 없어 말게올라 앞 길을 바라보니
131청산은 몇 겹이며 녹수는 몇 구빈고
132넘도록 뫼이거늘 건너도록 물이로다
133석양은 재를 넘고 공산이 적막한데
134녹음은 우거지고 두견이 제혈하니
135슬프다 저 새소리 불여귀는 무삼일고
136네 일을 이름이냐 내 일을 이름이냐
137가뜩이 헛튼 근심 눈물에 젖었어라
138만수에 연쇄하니 내 근심 먹음은 듯
139천림에 노결하니 내 눈물 뿌리는 듯
140뜨던 말 재게 하니 앞 참은 어디메고
141높은 재 반겨 올리 고향을 바라보니
142창망한 구름 속에 백구비거 뿐이로다
 
143경기땅 다 지나고 충청도 다다르니
144계룡산 높은 뫼를 눈결에 지나쳤다
145열읍의 관문 받고 골골이 점고하여
146은진을 넘어 드니 여산은 전라도라
147익살 지나 전주 들어 성시산림 들어보니
148반갑다 남문 길이 장안도 의연하다
149백각전 벌어지니 종각도 지내는 듯
150한벽당 소쇄한데 조일이 높았세라
151금구 태인 정읍 지나 정성 역마 갈아 타고
152나주 지나 영암 들어 월출산을 돌아드니
153만이천봉이 반공에 솟았는 듯
154일국지명산이라 경치도 좋다마는
155내 마음 아득하니 어느 겨를 살펴오리
156천관산을 가리키고 달마산을 지나가니
157불분주야 몇 날만에 해변으로 오단말가
 
158바다를 바라보니 파도도 흉용하다
159가이 없은 바다이요 한 없은 파도로다
160태극조판 하온 후에 천지광대 하다거늘
161하늘 아래 없사옴이 땅이런가 알았더니
162즉금으로 볼 양이면 천하이 다 물이로다
163바람도 쉬어 가고 구름도 멈쳐 가네
164나는 새도 못 넘을 데 제를 어이 가잔말고
165때마침 서북풍이 내 길을 재촉난 듯
166선두에 있는 백기 동남을 가리키니
167천석 싣는 대중선에 쌍돛을 높이 달고
168건장한 도사공이 배머리에 높게 서서
169지곡총 한 곡조를 어사와로 화답하니
170마디마다 처량하다 적객심회 어떠할고
171회수장안 돌아보니 부운폐일 아니 뵌다
172나가는 길 어인 길로 무심 일로 가는 길고
173불로초 구하려고 삼신산을 찾아가니
174동남동녀 아이어든 방사 서시 따라가랴
175동정호 밝은 달에 악양루 오르랴나
176소상강 궂은 비에 조상군 하랴는가
177전원이 장무하니 귀거래 하옵는가
178노어회 살쪘으니 강동거 하옵는가
179오호주 흘리저어 명철보신 하랴는가
180긴 고래 잠간 만나 백일승천 하랴는가
181부모처자 다 버리고 어드러로 혼자 가노
182우는 눈물 소이 되어 대해수를 보태인다
183어디서 일편흑운 홀연광풍 무삼일고
184산악 같은 높은 물결 배머리를 둘러치네
185크나큰 배 조리 젓듯 오장육부 다 나온다
186천은 입어 남은 목숨 마자 진케 되겠구나
187초한건곤 한 영중에 장군기신 되려니와
188서풍낙일 멱라수에 굴삼려는 불원이라
189차역천명 할일 없다 일생일사 어찌하니



안조환의 만언사 전문입니다.


정조 때 안조환(안도원)이 지은 장편 가사인데요. 


귀양을 떠나서 굶주림 속에서 지은 가사입니다. 


유배가사라고 볼 수 있죠.


안조환의 만언사 전문 중 일부를 보여드렸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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