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8. 29 ~ 2017. 08. 31
군대를 2년 다녀온 후 쉴틈도 없이 바로 세무사 시험공부에 무작정 달려들었다. '할만하겠지'하는 생각으로... 그리고 또 다시 2년이 흘렀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군대, 그리고 세무사 시험이 끝났다. '이제는 나에게 스스로 보상을 줘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리고 홀로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로 떠나는 날 하루 전에 비가 내렸다. 그리고 제주도로 떠나는 당일은 하늘이 너무 예뻤다. 파란색이 꽉찬 하늘은 사진을 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군산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서 제주도에서 3일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계획이었다.
파란 하늘과 거대한 송전탑은 광활한 미국땅의 국도를 연상케한다.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 때가 여행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 아닐까? 제주도에서 3일 동안의 어떤 풍경과 추억들이 내 기억 속에 자리잡을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그 기대감과 설레임은 나를 자극한다.
제주도에 친척이 살고 있어서 친척을 만나 송악산으로 떠났다. 사실 내 계획은 친척과 간단히 식사를 하고 혼자서 여행과 휴식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첫 날 예약한 숙소와 친척이 살고 있는 집의 거리가 멀어서 부득이하게 친척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예약했던 게스트하우스는 당일 환불이 불가능해서 안타까웠다......
송악산은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다. 언제적 드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 히트를쳤던 드라마인 것은 기억한다.
해가 질 무렵 송악산을 찾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낮은 높이에서 땅을 비추는 태양에 의해 생긴 붉은 그림자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걸어가는 곳곳마다 사진으로 남기지 않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장관들의 연속이었다.
송악산에 산책이나 운동을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던데 부러웠다. 이렇게 좋은 풍경이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다니...
송악산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제주도의 바다바람은 드셌다. 송악산 한바퀴를 돌고 나니 바람 때문에 머리가 띵했다.
제주도의 땅은 아름답다. 육지에서는 평지가 있다면 건물을 쌓아올리거나 논밭으로 사용할텐데, 제주도에서는 자연 그대로 놔둔 평지들이 많다. 그 평지에는 나무와 풀같은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있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조랑말이다. 제주도 조랑말.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큰 산은 산방산, 그리고 오른쪽에 작은 두 섬은 형제섬이다.
나는 제주도에 오면 하늘을 많이 본다. 투명하고 맑은 하늘. 이렇게 하늘이 맑은 이유는 미세먼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공장도 없기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친척집에서 마신 올래소주. 한라산소주가 참이슬 클래식이라면, 올래소주는 참이슬 후레쉬다. 그런데 이걸 마시기 전에 맥주랑 칵테일을 마셔서 그런지, 몇 잔 마시고 뻗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후회했다. 왜 이렇게 내가 많이 마셨을까... ㅋㅋㅋㅋㅋ 머리 아픈게 나아질 때까지 쉬면서 조카와 놀아주었다. 그랬더니 친척집에서 오후 2시에 나와 다시 휴식을 위한 여행을 나서게 되었다.
이제 진짜 휴식을 하기 위해 찾은 곳 협재해수욕장. 여기는 꼭 들리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
모래사장과 투명한 바다. 한국에도 이런 바다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같이 온 사람이 있으면 협재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건데, 혼자 온거라서 발만 담그고 왔다.
해장 겸 먹은 협재해수욕장에 있는 협재국수가게 고기국수. 친척이 추천해줘서 온 곳이다. 깊은 맛이 있는 국물을 기대했지만 국물을 그냥 그랬다. 그렇지만 고기와 면은 정말 맛있었다. 특히 김치도!!! 대충만든 김치가 아닌 정성이 담긴 김치라는 게 느껴졌다.
다시 협재해수욕장으로 나와 좀 걷다가 전망이 좋아보이는 카페를 발견하여 들어갔다. 역시나 감탄 또 감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그런 카페였다.
리치망고에 가고 싶었지만, 카페에서 파는 감귤주스로 아쉬움을 달랬다. 맛은 좋았다. ㅎㅎ 전망이 너무 좋아서 혼자 2시간 동안 카페에 머물렀다. 책도 좀 읽고, 엎드려서 좀 잤다. 그리고 다시 오늘 묵을 해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첫째 날에 한치물회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물회를 또 먹었다. 이번에 먹은 물회는 전복물회! 12,000원이었는데 만족스러웠다.
밥도 같이 줬는데, 물회를 처음먹는거라 어떻게 먹는건지 몰랐다. 밥을 말아먹는건지 그냥 먹는건지??? 그냥 따로 먹는게 좋겠다 싶어서 따로 먹었다. 물회는 그릇을 들어 국물을 흡입할 때가 가장 맛있다.
반찬도 푸짐했다. 혼자가서 먹는 건데도 이렇게 푸짐하게 나왔다. 부침개, 샐러드, 묵냉채, 김치, 버섯볶음, 우엉, 젓갈, 멸치볶음, 고기장조림. 우와...
여기가 바로 해나 게스트하우스다. 악기가 많은 걸 보니 사장님께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피아노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연히 피아노를 연습하던 스태프 한 분을 도와주게 되어 급 친해졌다. 게임기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도 내가 도와줘서 같이 오락실게임을 즐겼었는데,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저녁 8시에는 와인파티가 열렸다. 간단한 과자와 레드와인을 줬다. 드라이한 와인에는 잘 어울리진 않았다... ㅎㅎ 그래도 와인만큼은 향이 진했고 맛도 부드러웠다. 이런 좋은 와인을 제주도에 와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 관세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1박 2일로 제주도에 오셨다는데, 너무 짧게 와서 아쉬우셨을 것 같았다. 그 분은 그 다음날 일찍 떠났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지만 그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모르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이 끝나면 다시 서로의 자리로 되돌아 간다는 것. 그리고 그 추억은 봉인된 채로 계속 남겨둔다는 것.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내부도 완전 내 취향. 샴푸, 바디워시 용기는 내 자취방에 사놓고 싶은 거였는데 여기서 보게 되다니...
해나 게스트하우스는 오픈한지 별로 안되어서 시설이 진짜 좋다. 남자 도미토리룸은 5인실로서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아래층에는 침대 3개가 있고 윗층에는 침대 2개가 있다. 침대와 이불이 정말 푹신푹신하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피곤했는지 바로 잠들었었다.
아침이 되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할 때 항상 아침 6시에 일어나다 보니 제주도에 와서도 6시에 눈이 떠졌다.
나는 제주도에 오면 항상 아침에 숙소 주변을 산책한다. 그 이유는 제주도 아침의 공기와 하늘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아침을 산책하면 바다 속에 감추어져 있는 아틀란티스에 온 기분이 든다.
제주도의 하늘은 진짜 맑다.
산책을 나와서 계속 하늘사진만 찍었다.
애월읍 아침의 바다.
어떻게 하늘이 이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아침의 생각이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내가 하늘을 이렇게 오랫동안 바라보진 않겠지...
모든 순간이 장관이다.
해나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조식. 참치베이글!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주스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달지 않은 음료가 마시고 싶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문했다. 아! 조식은 따로 돈을 지불해야할 것 같은 비쥬얼이지만 조식이 무료라는 것!!! 그리고 밤에 마셨던 와인도 무료라는 것!!!
아침을 먹고 짐을 싸고 잠시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어젯밤에 친해졌던 스태프 한 분의 피아노 연습을 잠시 도와주었다. 잊지 않고 싶은, 그리고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그런 추억이었다. 제주도를 떠나기 싫었다!!!!
마침 게스트하우스 카페에 계시던 여행자 한 분도 공항으로 가신다기에 같이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도에서의 2박 3일은 꿈과 같았다. 내가 다시 돌아온 곳에는 이리저리 치이는 일상과 짜증. 내년 봄에 다시 떠날 제주도를 기대하며 이 생활을 이겨내려고 한다.
반갑게 맞아준 친척,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과 매니저님 그리고 스태프님,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여행자 분들 모두 너무 좋은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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