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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3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전문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전문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뭇군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윳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군 각다귀들도 귀치않다. 얽둑배기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에게 낚아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 있을까.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날 산 돈을 따지는 것을 보.. 2020. 3. 3.
이춘풍전 전문 숙종대왕 즉위 초에 인화세풍하고, 국태민안이라. 우순풍조하고 가급인족하여 산무도적하고 도불습유하니 요지일월이요 순지건곤이라. 이 때 서울 다락골에 한 사람이 있으되 성은 이요, 명은 춘풍이라. 형세가장 요부하여 장안의 거부로서 다만 혈육이 춘풍뿐이라. 부모 매양 사랑하여 교동으로 길러 내니 인물이 옥골이요 헌헌장부라, 타인과 달라 못 할 것이 전혀 없더라. 그렇듯 지내다가 양친이 일시에 구몰하니 춘풍이 망극하여 삼상을 마친 후, 강근친척이 없어 춘풍을 경계할 이 없으매, 춘풍이 외입하여 하는 일마다 방탕하고 세전지물 누만금을 남용하여 없이할 제 남북촌 외입쟁이와 한가지로 휩쓸려 다니며 호강하여 주야로 노닐 적에, 모화관 활쏘기와 장악원 풍류하기, 산영에 바둑 두기, 장기 골패 쌍륙 투전, 육자배기 사시랑.. 2020. 2. 29.
고전소설 열녀춘향수절가 전문 숙종대왕(肅宗大王) 즉위(卽位) 초에 성덕이 넓으시사 성자성손은 계계승승하사 금고옥적은 요순시절이요 의관문물은 우탕의 버금이라. 좌우보필(左右輔弼)은 주석지신이요 용양호위는 간성지장이라. 조정(朝廷)에 흐르는 덕화(德化) 향곡에 퍼졌으니 사해(四海) 굳은 기운이 원근에 어려있다. 충신은 만조하고 효자열녀 가가재라. 미재미재라 우순풍조하니 함포고복 백성들은 처처(處處)에 격양가라. 이때 전라도 남원부에 월매라 하는 기생이 있으되 삼남의 명기로서 일찌기 퇴기하여 성가(成哥)가라 하는 양반을 데리고 세월을 보내되 연장사순을 당하여 일점 혈육(血肉)이 없이 일로 한이 되어 장탄수심(長嘆愁心)에 병이 되겠구나. 일일은 크게 깨쳐 옛사람을 생각하고 가군을 청입하여 여쭈옵되 공순히 하는 말이 “들으시오. 전생에 무슨.. 2020. 2. 29.